정현강씨 등 고대생 4명, 파키스탄 오지 학교에 PC 15대 기증
칸데 학교 컴퓨터 교실

(서울=연합뉴스) 김예나 기자 = "우와 컴퓨터다!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?"

지난 8월22일 파키스탄 칸데(Kanday) 학교. 히말라야 인근 해발 3천m 산자락에 있는 이 학교에 컴퓨터 15대가 들어오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. '독수리 타법'으로 조심스레 키보드를 누르던 학생들은 눈앞의 컴퓨터 화면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.

먼 타국 오지 학교에 컴퓨터를 기부한 이들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정현강(24)·김승태(25)·신가인(25)·김완수(24)씨다.

한 인턴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은 정씨가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본 현지인들의 어려운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힘을 모았다고 한다.


정씨는 1일 "작년 8월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함께한 셰르파(안내인)는 나와 나이가 같은 대학생이었다"며 "전문 장비를 갖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샌들을 신은 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산을 올랐다"고 말했다.

칸데가 고향인 동갑내기 셰르파는 차 1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한참 가야 나오는 오지에서 학교에 다녔고, 공부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한다.

당시 이 학교를 찾았다는 정씨는 "전교생이 250명 정도인데 교실에는 의자도 책상도 없다. 근처에 다른 학교가 없어 초·중·고등학생 모두 모여 좁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데 얇은 양탄자 하나가 전부였다"고 떠올렸다.

정씨는 "국어·수학은 가르칠 수 있는데 컴퓨터가 없어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다"는 현지 교사들의 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.

귀국 후 친구와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것을 계기로 칸데 학교 아이들에게 '컴퓨터 교실'을 선물하기 위한 '팀 호형호제(虎형虎제)' 프로젝트가 시작됐다.

"해발 3천m 오지학교에 컴퓨터 교실 선물합니다"
"해발 3천m 오지학교에 컴퓨터 교실 선물합니다"[고려대 호형호제 프로젝트팀 제공]

프로젝트에 동참한 김승태씨는 "부모님 세대에서 영어가 힘이었다면 우리 세대는 정보가 힘인데 칸데 학교를 가보니 태어나서 컴퓨터를 처음 본 친구들도 많다더라"며 "작은 정보 한 줌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함께하게 됐다"고 말했다.

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.

김씨는 "사회공헌 활동으로 유명한 기업과 비영리재단 7∼8곳을 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"며 "파키스탄 일부 지역이 철수 권고 등 위험국가로 분류돼 지원할 수 없다거나 네팔 등 주변국으로 대상을 바꾸라고만 했다"고 말했다.

이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. 펀딩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, 사회관계망서비스(SNS)를 통해 온라인 친구들에게도 계획을 알렸다.

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우회 내 '영문 84 프로젝트'가 250만원을 지원한 것이 큰 힘이 됐다. 어렵사리 목표 모금액 450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.

이렇게 마련한 돈은 파키스탄 아이들이 쓸 컴퓨터 15대를 마련하는 데 쓰였다. 교내 사회봉사단과 교우회에서 빔프로젝터 1대를 기증받고, 행복나눔재단에서 태블릿PC 5대도 기부받아 함께 전달했다.

정씨와 김씨는 "컴퓨터 15대가 파키스탄 아이들에게 어떤 정보를 가져다줄지 벌써 기대된다"면서 "정말 공부하고 싶은 파키스탄 친구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장학재단을 만들어 등록금을 지원해보자는 '시즌 2' 계획도 세웠다"고 말했다.

학생들과 함께 '화이팅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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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저작권자(c) 연합뉴스, 무단 전재-재배포 금지> 2019/10/01 06:05 송고